금요일 밤, 왜목마을의 칠흑을 찢고 터진 바람은
기어이 텐트들을 바람개비처럼 어지러이 흩날리고
한여름의 볕이 무색한 대낮에도
두꺼운 외투를 꽁꽁 여며야 했던 야만(野蠻)의 추위.
그 밤을 지새우며 부딪치던 잔들마다
우리의 계절이 하얗게 피어올랐지.
국화도를 건너 닿은 입파도,
먼 바다의 밀물에 실려 온 상념들만 밀려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 프라이빗한 모래사장엔
오직 우리들만의 숨소리만이 머물고.
돛단배님의 너스레진 입담과 스푼의 따스한 미소,
제이님의 손끝에서 캔이 열릴 때마다
시간은 조용히 깊은 바다로 스며들었다.
알프님의 살아온 푸른 넋두리와
박스님의 감칠맛 나는 스테이크의 온기 속에서
달빛마저 길을 잃은 채 술잔은 멈출 줄을 몰랐고,
파랑이님의 정성스런 접시와
아이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가 그늘을 지웠다.
뉘엿뉘엿 지는 석양을 등지지 않고
우린 모두 같은 곳을 향해 눈을 맞추었지.
그렇게 같은 방향을 품에 안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왜목마을로 향하던 길.
내일을 지탱해 줄 소중한 얼굴들과
가슴 벅찬 시간의 자락을 마음에 묻고,
우리는 또다시,
바람이 부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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